뇌과학응용

#1. 한 맥주 광고는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모델 설문조사 결과에 따라 유명 여배우를 등장시켰다. 한 운동용품회사는 세계 최고의 미녀 테니스 스타로 불리는 샤라포바와 계약을 맺었다. 하나는 엄밀한 방법론의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만든 광고였고, 다른 하나는 누가 봐도 최고의 섹시 스포츠 스타를 내세웠기 때문에 이들 모두 당연히 대단한 성공을 거뒀을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한 `뉴로마케팅`회사가 소비자 시선추적 시스템으로 파악해본 결과 미모의 여배우가 등장한 맥주광고에서 소비자의 눈은 여배우에게 집중돼 맥주 브랜드를 잘 인지하지 못했다. 샤라포바가 등장한 광고에서도 다른 선수를 썼을 때보다 시선을 모델에 더 많이 빼앗겼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연히 광고상에서 운동브랜드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설문조사`나 `스타마케팅` 등 전통적인 기법의 위험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2. 요실금환자용 패드를 생산하는 킴벌리 클라크는 부진한 매출 실적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소비자 설문조사를 해보니 `패드에서 안 좋은 냄새가 난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사실 아무리 검사해도 문제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뇌를 분석해본 결과 증상이 심할수록 패드에 대한 기피 증상이 심했다. 제품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이 오히려 가장 그 제품을 멀리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뇌과학을 활용한 방법이 아니었다면 킴벌리 클라크가 이후 내세운 `당신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우리다`라는 광고문구로 `대박`을 치긴 어려웠을 것이다.

 

실시간으로 촬영된 fMRI 영상. 빨간색과 노란색 영역은 뇌의 어떤 부분이 소비자에게 보인 자극에 반응하는지를 보여준다. 뇌과학 전문가들은 이 결과를 분석해서 소비자들이 상품ㆍ브랜드ㆍ광고ㆍ마케팅 메시지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말해준다. <사진 제공=뉴로센스>

`사람의 마음을 읽는다.` 마법이나 주술에서나 나올 법한 얘기가 아니다. 엄연한 과학 얘기다. 소비자 설문을 통한 정량적인 마케팅 기법, 세계 최고의 디자인컨설팅회사 아이디오의 관찰법, 다양한 그림과 문장 연상을 활용해 숨겨진 마음을 파악하는 기법을 넘어 마케팅은 이제 `뇌과학`과도 만나기 시작했다. 이른바 `뉴로마케팅`이다. 뉴로마케팅으로의 진화는 단순히 마케팅에 뇌과학의 방법론을 도입했다는 것, 그 이상을 의미한다. 뉴로마케팅에는 먼저 소비자를 제대로 이해한 다음, 이에 따라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발상의 전환`이 담겨 있다.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는 “기업들이 생산자가 만드는 대로 팔릴 것이라는 `푸시` 방식에서 소비자의 수요가 이끄는 대로 생산이 이뤄져야 한다는 `풀`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는데 이를 가장 두드러지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뉴로마케팅”이라고 말했다. 뉴로마케팅은 그야말로 소비자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진정한 시장 수요를 파악하는 데 이보다 더 정확한 방법은 있을 수 없다. 이제 모든 마케터들의 고민은 해결될 수 있을까. 전문가들에 따르면 뉴로마케팅은 소비자의 뇌에서 어떠한 영역이 활발한 반응을 보이는지를 알려줄 뿐 사고하는 내용까지는 알 수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매일경제 MBA팀은 뉴로마케팅의 허와 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올바른 활용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국내 최고의 뉴로마케팅 전문가로 꼽히는 김학진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정재승 교수, 이은주 성균관대 경영학과 교수로부터 조언을 들었다. 실무 전문가인 젬마 캘버트 뉴로센스 창립자와 티머시 르웰린 엔비소 CEO도 직접 만나서 첨단 뉴로마케팅 기법에 대해 들어봤다. 전문가들은 뉴로마케팅의 유용성은 대체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김학진 교수는 “맛이 없는 건강식의 맛을 향상시키기 위한 기법을 개발하고 검사하는 과정에서 미각의 미세한 차이를 구분하기 위해 뇌를 분석하거나, 운전자의 뇌를 분석해 운전하면서 느끼는 쾌감이 극대화되도록 자동차를 설계하는 게 아마도 대표적인 뉴로마케팅 활용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악용 가능성이 있고 악용될 경우 반드시 기업에 독이 되기 때문에 조심해야 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예를 들면, 빵에 발라먹는 잼을 구입하면 처음 병을 딸 때 `뻥` 소리가 나게 돼 있다. 기업들은 이 소리가 신선함을 의미한다고 광고한다. 하지만 이 소리는 신선함과 거리가 멀다. 단지 실험실에서 개발돼 특허를 받은 음향일 뿐이지만 이를 아는 소비자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뇌가 `신선하다`고 인식할 수 있도록 자극하는 것일 뿐인데도 사람들은 실제 신선하다고 믿는 것이다.

 

`뇌의 착각`을 이용하는 마케팅인 셈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는 절대 오래갈 수 없다. 나중에 기업의 광고 또는 제품이 과장됐거나 허구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그 기업의 이미지도 큰 타격을 받는다결국 소비자가 등을 돌리면서 장기적으로 기업도 손해를 보게 된다고 경고했다.

2013/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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